잡동사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레니게이드 2009. 1. 2. 20:58

 

나에게 외할아버지,외할머니의 기억은 없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여동생을 업고, 털달린 새카만 재킷(예전엔 '털오바)을 머리부터 푹쓰고, 내손을 잡고,십오리가 넘는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걸어서 왔다 갔다 했던 기억만 있다.

 

 

35 년 전 이맘 때의 한겨울 눈보라 치던 시골길.

외할아버지께서 위중하다 소식에 어머니는 이른 새벽 갓  돌을  넘은 여동생을 등에 업고, 손수 털실로 짠 벙어리장갑을 나에게 끼워 주시고는 외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급했던지 나를 안았다, 내려놨다.를 반복하곤 하셨다.

가다가 긴수로길 다리가 나오면 안고, 또 냇가의 징검다리가 나오면 안고 ... 그렇게 한참 만에 외할아버지 댁에 도착 했다.

 

해가 어둑해질 저녁무렵, 세찬 겨울 바람을 등 뒤로 맞으면서, 집으로 돌아오기를 일주일을 하셨다고 한다.

 

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기억은 없다.

단지 어머니 손잡고, 눈을 맞고, 눈길을 걷고, 세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걷고 또, 걸었던 기억 밖에 없다.

어머니와 이모께서는 그때가 내가 3살에서 4살로 넘어가던  해라고 하신다.

외할머니, 외할버지께서는 회갑을 넘기고 그 이듬해,그해에 각각 돌아 가셨다고 한다.

 

오늘 어머니와 이모님을 모시고, 외할아버지외할머니를 함께 모신 묘를 다녀 왔다.

자손으로는 이모님(74세)과  어머니(69세) 두분 밖에 없어서 제사를 지낼때는 두분 자매님이 제사를 지낸다.

 

몇년 전에 까지 이종 사촌 형이 함께 모시고 갔었는데, 작년 재작년 또 오늘  까지 내가 두 분을 모시고, 산소를 다녀 왔다.

이모님, 이모부님 댁에 어렸을적에 자주 놀러 오고 했는데, 오늘 문득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두분의 기억을 되돌리다 보니,

내가 기억 할수 있는 것은 거기 까지다.

 

이모님댁으로 한 20여분 걸어 오며 옛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 오다 보니 두분의 자글자글한 주름진 눈가에서 피어나는 미소 속에서

추억과 행복, 시간(세월)의 흔적을 엿볼수 있었다.

 

이모부는 14년 전에 하늘로 돌아 가셨다.(식도암)

아버지는 5년전에  돌아 가셨 가셨다.(고혈압,당뇨,심장 질환 등의 합병증)

 

오는 길에 이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 아들, 딸들이 장성하여, 제 짝을 만나서 막내까지 후손을 봤으니 나는 편히 눈 감을수 있고, 조상님들께 할 이야기가 있다"

" 이제는 마음 편히 먹고, 가는 시간 안잡고, 가는 세월 가는지 안가는지 신경도 안간다"